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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문자 유형의 특성

◉ 문자 유형의 특성


1) 한글은 음소문자, 음절문자, 형태음소문자의 특성을 공유한다. 훈민정음은 제자 원리에서 보았듯이 본질적으로 알파벳 방식의 음소문자에 속한다. 그러나 실제의 문자 서사단계에서 합자법규정을 두어 초성, 중성, 종성을 모아쓰도록 했다. 합자법 규정은 문자를 사실상 음절문자처럼 기능하게 만들었다. 합자법 규정은 음소문자인 한글에 음절문자적 특성을 부여했을 뿐 아니라 여기서 더 나아가 형태음소문자로 간주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형태음소문자는 형태소 결합의 음운 변동에 초점을 둔 형태음소론과 관련하여 만든 용어이다. 정서법 등의 영향으로 발음상의 음운 교체를 표기에 반영하지 않고 어간형태소를 고정적으로 표기하는 특성을 가진 것이 형태음소문자이다. 


 현행 한글맞춤법은 제1장 총칙 제1항에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대원칙을 두었다. 이 원칙에 의해 어간말에서 일어난 음운변동을 표기에 반영하지 않는다. 달리 말해 어간을 항상 고정하여 표기한다. 어간을 항상 고정 표기하는 것이 형태음소론적 표기이다. 이런 속성을 발현하는 문자를 형태음소문자라고 부르는 것이다. 고정된 어간형은 그 단어의 의미를 잘 드러낸다. 해석 차원에서 가독성을 높이는 효과를 준다. 이러한 표기법 특성으로 인해 한글을 형태음소문자로 보게 된 것이다. 한글맞춤법 제1장 총칙 제2항에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라는 서법의 대원칙을 두었다. 단어를 띄어 쓰도록 한 규정은 한글에 단어문자의 속성도 부여하게 되었다. 단어 단위로 띄어쓰게 함으로써 각 단어의 표의성이 강화되었고, 이것은 읽기(해석차원)의 가독성을 높였다.


 한글은 음소문자로 만들어졌으되 실제 서사에서 음절문자로 사용되었고 한글맞춤법에서 어간형태소를 밝혀 적는다는 원칙이 가세하여 형태음소문자의 특성도 가지게 되었으며, 여기에 띄어쓰기 규정까지 둠으로써 단어문자의 속성도 갖게 되었다. 문자분류체계로 볼 때 알파벳 음소문자로 창제된 한글에 실용을 위한 여러 규정이 가해짐으로써 음절문자, 형태음소문자, 단어문자의 특성도 공유한 것이 되었다. 


2) 자음자와 모음자를 구별하여 만들었다.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 시대적으로나 지리적으로 조선과 가까운 파스파문자는 모음자와 자음자를 따로 만들기는 했으나, a에 해당하는 모음자를 따로 만들지 않았고 모든 자음글자가 ‘자음+a’의 구성을 가지고 있는 문자, 즉 a를 내제한 문자라는 점에서 완전한 음소문자로 보기에 모자라다. 훈민정음은 여러 음소문자의모자란 점을 해소하고 처음부터 모음을 자음자와 완벽하게 구별하여 만들었다. 훈민정음은 완전한 음소문자로 창안되었다는 점에서 세계문자발달사에서 특별한 위상을 차지한다.


 훈민정음이 완전한 음소문자로 창제되엇다고 해서 당시의 한국어에 존재했던음소를 모두 문자화한 것은 아니다. 제자원리에서 훈민정음과 파스파문자는 음절삼분법, 초성을 종성에 다시 쓰게 한 점, 합자법 등 중요한 부분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파스파 문자에서 j, w에 해당하는 글자가 있고 훈민정음에는 이것이 없다는 것이 차이점 중 하나이다. 세종은 반모음 j, w에 해당하는 글자를 만들지 않았다. 반모음 j, w의 음운론적 위상을 달리 인식했음이 분명하다. 훈민정은의 자음자와 모음자의 제자원리에서 상형(도상화)과 합성원리는 공통적이지만 그 내용의 차이로 인해 자형(글자꼴)이 전혀 다르게 되었다. 자음자와 모음자의 자형은 완전히 달라서 쉽게 구별하여 인지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한글을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 아주 도움이 되는 장점이다. 자형뿐 아니라 글자의 배열 순서에도 한글은 자음자와 모음자가 분리되어있다. 한글은 자음자와 모음자의 자형의 구별이 뚜렷하고 자모의 배열순서에도 양자가 명확히 구별되어 있다. 이러한 점도 한글이 가진 문자론적 특성의 하나로 볼 수 있다.


3) 음성자질이 자형에 반영된 자질문자이다. 자음자 제자 원리에서 보았듯이, 다섯 개 기본자의 자형을 정한 뒤에 소리의 세기가 더해짐에 따라 기본자에 획을 더해가는 획더함의 원리가 있다. 소리의 세어짐에 따라 자형의 획이 더해지는 이런 속성에 주목하여 샘슨 Sampson은 한글을 자질문자라고 명명했다. 음성자질이 자형에 도상화되는 문자는 한글밖에 없다고 보고, 한글을 위해 자질문자라는 분류명칭을 만들어낸 것이다. 한글의 자질성을 확대하여 ㄲ, ㄸ 등과 같이 같은 글자를 반복하여 된소리를 표기한 것, ㅏㅓㅗㅜ에 를 더하여 ㅑㅕㅛㅠ를 만든 것도 자질성의 도상화라고 본다. ㅑㅕㅛㅠ에서 추가된 점획은 반모음 j를 표상하므로 자질문자로 인정된다. 글자옆에 를 찍어 성조를 표시한 방식도 자질문자적 특성으로 간주할 수 있다.

참조 : 훈민정음과 중세한국어(백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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